바람이 머무는 섬, 가파도에서 봄을 만나다
가파도 청밀축제 가자~!!!
요즘 같은 봄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서
제주도 남단, 작은 섬 가파도로 다녀왔어요.(청보리 축제 하루전 4월3일에...)
청보리와 유채꽃이 어우러진, 청밀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조금 이르게—살짝 설레는 마음으로요.
모슬포항에서 표를 끊고 배에 올라탔어요.
배는 두 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모두 위층으로 올라가 사진도 찍고
코끝을 스치는 바다 내음에 잠시 넋을 놓았죠.
저도 조심스레 선상으로 나가
배 뒤편 하트 포인트에서 찰칵📸
그 순간이 참 좋았어요.
약 15분쯤 지났을까—
저 멀리 가파도가 모습을 드러내요.
높은 산 없이 평평한 그 모습이
어딘지 마음을 툭—하고 내려놓게 해주더라구요.
배에서 내려 터미널 쪽으로 향하는데,
엇! 이 건물 뭐지?
콘크리트의 거친 멋이 살아 있는
의외의 감성 건물이었어요.
마치 미니멀한 카페처럼, 딱 제 취향.
여객터미널이 이렇게 멋지다니...
왼쪽 길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가파도 탐방을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반겨준 건
보랏빛을 머금은 유채꽃🌸
흰빛과 보라빛이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꼭 수채화 같아요.
지인이 꽃을 살짝 뜯어 맛보라 하길래—
살며시 한입.
매콤쌉쌀한 무 맛에 은근한 단맛까지.
노란 유채보다 보라 유채가 더 맛있었어요, 진심으로.
그렇게 보라 유채꽃밭을 지나니
이번엔 노란 유채꽃이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고,
그 너머엔 푸릇푸릇 청보리밭이
돌담 사이로 길게 펼쳐져 있어요.
곳곳이 사진 명소!
누가 찍어도 엽서처럼 나오는 그런 풍경들이 계속 이어졌어요.
청보리밭 사이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작은 전망대가 나오더라구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오션뷰—
그냥 멍하니 서 있기만 해도 힐링이에요.
꽃에 감탄하고, 걷고, 사진 찍고…
그 사이 목이 좀 말라
섬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작고 귀여운 카페들이 보여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들어가
새싹 아이스크림, 새싹 라떼, 아메리카노 한 잔씩.
가격은 살짝 있었지만,
그 순간의 여유와 풍경이 전부니까요 :)
창밖 풍경이 너무 좋아서
음료가 다 식을 뻔했어요.
이제 다시 배를 타러 가는 길.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돼요.
청보리밭의 초록결이
바람에 살랑이는 그 모습이
마음속 어딘가를 간지럽히더라구요.
가파도야, 안녕.
다음엔 청보리가 무르익을 무렵에 다시 올게.
그때 또 우리, 봄처럼 만나자 🌿